기획사 단순 지분경쟁 아닌 'IP 확보전쟁'

입력 2023-02-10 18:32   수정 2023-02-11 01:44

2021년 당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가 처음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섰을 때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기업은 카카오와 CJ엔터테인먼트였다. 드라마 영화 등을 주로 다루는 콘텐츠 업체들이 K팝 기획사에 관심을 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K팝만큼 당장 돈이 될 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 확장성을 갖춘 장르가 별로 없어서다.


K팝은 아티스트의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활용해 음원, 예능 공연, 드라마, 영화 등으로 언제든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작품이 공개될 때만 반짝 뜨는 여느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K팝 스타가 나오는 콘텐츠는 강한 팬덤 덕분에 찾는 수요가 꾸준하다.

이번 SM엔터 인수전에서 패배하는 업체가 새로운 ‘사냥감’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와 하이브 모두 지갑이 두툼한 기업인 만큼 SM엔터 인수전에서 낙마해도 다른 K팝 기획사를 인수합병(M&A)하거나 자체적으로 덩치를 키울 것이란 얘기다.

실제 충분한 ‘실탄’을 보유한 카카오와 CJ는 오랜 기간 K팝 분야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이들 회사는 최근 몇 년간 K팝 기획사를 직접 설립하거나 인수하며 덩치를 불렸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가상 K팝 오디션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를 제작해 카카오TV에서 지난해 11월 처음 공개했다. 뉴욕타임스(NYT)가 “한국이 보여준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미래”라며 이 프로그램을 소개했을 정도다. 카카오엔터는 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웹툰과 웹소설을 만들어 지난 6일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 안테나, 스타쉽, 크래커 등 K팝 기획사를 잇달아 인수해 소속 아티스트를 늘렸다.

CJ ENM은 하이브와 손잡고 K팝 사업을 키우고 있다. 두 회사는 2018년 합작법인 빌리프랩을 세운 뒤 2020년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를 만들어 엠넷에서 방영했다. 이를 통해 남자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을 데뷔시켰다. 곧 ‘아이랜드’ 시즌 2를 선보이고 걸그룹을 데뷔시킬 계획이다.

CJ ENM은 글로벌 기업과 합작 기획사를 세워 K팝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고 있다. 일본 연예기획사 요시모토흥업과 합작사 라포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현지 아이돌 JO1과 INI를 데뷔시켰다. 남미에도 깃발을 꼽았다. 글로벌 기업 HBO맥스, 엔데몰샤인붐독과 손잡고 남미 아이돌을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하이브와 카카오 CJ 등 자본력과 노하우를 갖춘 3~4개 기업이 K팝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K팝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한층 고도화될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공략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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